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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형 종심제를 무너뜨리는 브로커 — 입찰대행의 현실, 담합 구조, 제도 개선 방향 (2026년 심층 분석)

영구원(09One) 2026. 7. 6. 03:00

간이형 종심제를 무너뜨리는 브로커 — 입찰대행의 현실, 담합 구조, 제도 개선 방향 (2026년 심층 분석)

608개 건설사가 1원 단위로 가격을 나눠갖는 시장 — 이것은 경쟁인가, 연출인가


들어가면

2026년 1월 7일. 나라장터에 올라온 경기도 소재 하천정비사업의 개찰 결과가 업계를 뒤흔들었다. 간이형 종합심사낙찰제로 진행된 이 공사에 무려 550개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했는데, 개찰 결과는 경악 그 자체였다. 균형가격을 정확히 맞춰 1순위에 오른 업체가 30개사. 이튿날 개찰한 다른 공사에서도 1,565개사가 몰린 가운데 220개사가 동일내역서 등의 사유로 무더기 탈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citation:1)(citation:2).

숫자 뒤에 숨겨진 진실은 더 충격적이다. 550개사 중 439개사가 다른 업체와 동일한 가격을 제출했다. 동가 투찰률 79.82%. 균형가격 앞뒤 1원 단위에 군집한 건설사만 100군데를 넘었다.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시장 경쟁의 결과라고 믿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citation:1).

정답은 '아니다'였다. 이 숫자들 뒤에는 소수의 입찰 브로커가 30~50개 건설사씩 고객으로 확보한 뒤, 텔레그램을 통해 균형가격을 추정하고 1원 단위로 가격대를 배분하는 거대한 네트워크가 작동하고 있었다. 한 공공입찰 전문가의 말처럼, 이것은 더 이상 정상적인 입찰이 아니다 (citation:1)(citation:2).

이 글에서는 간이형 종심제를 무너뜨리고 있는 브로커 문제의 실태부터, 2023년 6월 조달청 결정 이후 벌어진 구조적 변화, 브로커의 작동 메커니즘, LH 입찰 비리 사례, 업평예가율의 인위적 상승 현상, 중소 건설사가 브로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이유, 그리고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5대 개선 방향까지 심층 분석한다.


PART 1. 위기의 숫자 — 간이형 종심제의 붕괴 지표

1. 1순위 동가사 수의 폭증

간이형 종심제의 위기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1순위 동가사 수의 변화다 (citation:1).

연도 1순위 동가사 평균 수
2022년 2~4개사
2023년 4~7개사
2024년 10~15개사
2025년 15~20개사
2026년 1월 30개사 (역대 최고) (citation:1)

불과 4년 만에 1순위 동가사 수가 10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30개사가 동시에 균형가격을 정확히 맞춰 1순위에 올랐다는 것은, 이들이 독립적으로 가격을 산출한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통제된 가격을 전달받았다는 강력한 정황이다 (citation:1).

2. 동가 투찰률의 급등

동가(同價) 투찰이란 두 개 이상의 업체가 동일한 금액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현상을 말한다. 자연스러운 시장 경쟁에서는 동가 투찰이 극히 드물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간이형 종심제에서는 이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 (citation:1).

2026년 1월 경기도 하천정비사업의 경우 동가 투찰률이 79.82%를 기록했다. 550개사 중 439개사가 최소 한 개 이상의 다른 업체와 동일한 가격을 제출한 것이다 (citation:1).

3. 업체평균 예정가격율(업평예가율)의 인위적 상승

업평예가율은 입찰자들이 제출한 가격의 평균이 예정가격 대비 몇 퍼센트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 수치가 상승한다는 것은 입찰자들의 평균 투찰 가격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결과적으로 국민의 혈세로 지급되는 공사비가 증가한다는 뜻이다 (citation:1).

연도 업평예가율
2022년 100.058%
2023년 100.324%
2024년 100.518%
2025년 100.913%
2026년 1월 101.206% (citation:1)

이 수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상승의 '규칙성'이다. 매년 정확히 0.2%포인트씩 인위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한 공공입찰 전문가는 "조합 평균 구조를 고려했을 때 사실상 도달 가능한 범위는 98.4%~101.6%"이며, "현재 추세라면 2년 내 도달 가능한 최대 범위에 도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citation:1).

자연스러운 시장에서 이렇게 정확한 비율로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수치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가격을 관리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다 (citation:1).


PART 2. 조달청의 2023년 6월 결정 — 브로커 시장의 분수령

4. 배경: 무분별한 입찰참여 방지대책

2023년 6월, 조달청은 '무분별한 입찰참여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간이형 종심제에서 페이퍼 컴퍼니와 브로커의 불공정행위가 증가하자, 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citation:2).

하지만 이 대책에는 결정적인 예외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시설공사의 입찰대행에 대해서는 '컨설팅 외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었다 (citation:2).

5. 결정 이후 벌어진 일

이 예외 조항이 브로커 시장의 빗장을 풀었다. 1인 브로커 회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citation:2).

브로커의 증가 추이는 충격적이다. 2023년 이전에는 소수의 개인이 음성적으로 운영하던 입찰대행이, 조달청이 '컨설팅 외주'로 공식 인정한 이후 합법적 외관을 갖춘 사업으로 전환되었다. 법인을 설릭하고, 사무실을 차리고, 인터넷에 광고를 게시하는 등 공개적으로 영업하는 브로커 회사가 급증했다 (citation:2).

6. 브로커의 합법성 딜레마

조달청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시설공사 입찰대행을 어디까지 정상적인 컨설팅 외주로 인정하고, 어느 지점부터 브로커 행위로 선을 그을 것인지 기준 마련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특히 단순 서류작성·가격 맞추기 중심 업체와 실제 기술 검토를 수행하는 컨설팅 업체를 구분할 수 있는 잣대를 고민하고 있다 (citation:2).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구분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브로커들도 '건설 컨설팅 회사'라는 간판을 달고 영업하고 있으며, 자신의 행위가 불법이라는 명확한 법률적 판단이 없는 한 제재할 근거가 약하다 (citation:2).


PART 3. 브로커의 작동 메커니즘 — 5단계 가격 통제 시스템

7. 1단계: 고객 확보

브로커들은 먼저 30~50개 건설사를 고객으로 확보한다. 이 고객들은 대부분 자체 견적팀이 없는 중소 건설사들이다. 브로커는 "우리가 가격을 맞춰주면 낙찰 확률이 높아진다"는 메시지로 고객을 유치한다 (citation:2).

고객 확보 경로는 다양하다. 건설 관련 온라인 카페, 텔레그램 그룹, 업계 지인 소개 등이 주요 경로다. 일부 브로커는 "낙찰 성공 시 건당 수수료만 받고, 실패 시 비용 없음"이라는 조건을 내세워 고객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citation:2).

8. 2단계: 데이터 수집

고객사들이 각각의 입찰에 참여하면, 브로커는 이들의 투찰 가격 정보를 한데 모은다. 한 브로커가 30~50개사의 가격 데이터를 동시에 보유하게 되면, 이것만으로도 균형가격을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이 마련된다 (citation:2).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고객사 간 정보가 교환된다는 점이다. A 건설사의 투찰 의향이 B 건설사에게 전달되고, B 건설사의 전략이 C 건설사에게 전달되는 등 정보가 양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이른바 "양방향 정보 세탁" 구조다 (citation:2).

9. 3단계: 균형가격 추정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브로커가 균형가격을 추정한다. 30~50개사의 과거 투찰 패턴, 해당 공사의 기초금액, 사정률 분석 등을 종합하여 균형가격을 산출한다 (citation:2).

500600개 입찰자가 참여하는 간이형 종심제에서, 3050개사의 데이터만으로도 균형가격을 상당히 정밀하게 추정할 수 있다. 특히 브로커의 고객사들이 모두 균형가격 근처에 투찰하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고객사 데이터 자체가 균형가격의 강력한 선행 지표가 된다 (citation:2).

10. 4단계: 가격대 배분

균형가격 추정이 완료되면, 브로커는 텔레그램 등을 통해 각 고객사에 구체적인 투찰 가격을 배분한다. 이때 1원 단위로 가격대를 쪼개어 배분한다 (citation:2).

예를 들어 균형가격을 148억 5,000만 원으로 추정한 경우:

  • A사: 148억 5,000만 원
  • B사: 148억 5,001만 원
  • C사: 148억 4,999만 원
  • D사: 148억 5,002만 원
  • ...

이런 식으로 균형가격을 중심으로 1원 단위로 가격대를 분산 배분한다. 고객사 30개사가 모두 균형가격 근처에 분포하면, 최소 1~2개사는 정확히 균형가격에 투찰하여 1순위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citation:1)(citation:2).

11. 5단계: 수수료 수취

낙찰이 확정되면, 브로커는 낙찰금액의 약 2.2%를 수수료로 수취한다 (citation:2). 100억 원 규모 공사의 경우 약 2억 2,000만 원이다. 이 수수료 구조가 시장을 왜곡하는 핵심 원인이 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상세히 분석하겠다.


PART 4. LH 입찰 비리 — '조 모임'의 실체

12. LH 입찰 비리의 구조

간이형 종심제의 브로커 문제와 맥을 같이하는 중대 사건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입찰 비리다. 수사기관의 조사를 통해 드러난 LH 입찰 비리의 핵심은 '조 모임'이라는 이름의 비공식 네트워크였다 (citation:2).

'조 모임'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특정 인물이 다수의 건설사를 규합하여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LH 발주 공사의 입찰에 참여하여 사전에 조율된 가격을 제출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심사위원 명단이 사전에 입수되고, 지연·학연을 활용한 청탁과 금품·향응 제공이 이루어졌다 (citation:2).

13. 쌍방향 정보 세탁 구조

LH 비리 사례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쌍방향 정보 세탁' 구조다. 브로커는 고객사 A의 가격 정보를 고객사 B에게, B의 정보를 A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양방향으로 유통시킨다. 이 과정에서 각 고객사는 다른 고객사의 투찰 전략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가격이 수렴하게 된다 (citation:2).

이 구조의 위험성은 단순한 가격 담합을 넘어서는 것이다. 정보가 양방향으로 흐르면, 개별 건설사는 자사의 투찰 전략이 경쟁사에게 노출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로커를 통하는 것이 자체 견적보다 낙찰 확률이 높기 때문에, 중소 건설사들은 이 구조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citation:2).

14. LH 비리의 교훈

LH 입찰 비리 사건은 공공조달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정보의 비대칭성, 견적 역량의 부재, 브로커의 가격 통제 — 이 세 가지가 결합하면 어떤 입찰제도든 왜곡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citation:2).


PART 5. 브로커 수수료 구조가 시장을 왜곡하는 메커니즘

15. 수수료 2.2%의 역설

브로커의 수수료는 낙찰금액의 약 2.2%다 (citation:2). 이 수수료 구조가 시장을 왜곡하는 메커니즘을 분석해 보자.

브로커의 수익 = 낙찰금액 × 2.2%

이 공식에서 브로커의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낙찰금액이 높아야 한다. 그런데 간이형 종심제에서는 균형가격에 가까울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 구조이므로, 균형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이면 브로커의 수익이 증가한다 (citation:2).

브로커가 30~50개사의 투찰 가격을 관리하면서 이 가격들을 균형가격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설정하면, 균형가격 자체가 상승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업평예가율이 매년 0.2%포인트씩 인위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citation:1).

16. 국민 혈세의 누수

업평예가율이 1%포인트 상승하면, 연간 1조 1,000억 원 규모의 간이형 종심제 시장에서 약 11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혈세로 충당된다 (citation:1).

2022년 대비 2026년의 업평예가율 상승폭은 약 1.15%포인트.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26억 원에 달한다. 브로커의 수수료 수입과 국민 혈세의 누수 사이에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citation:1).


PART 6. 왜 중소 건설사는 브로커에 의존하는가

17. 견적팀 부재

간이형 종심제의 평균 입찰자 수는 약 500600개사다. 이 중 대부분이 46등급의 소규모 중소 건설사다. 이들 중 자체 견적팀을 운영할 수 있는 과는 극소수다 (citation:2).

대형 건설사는 수십 명의 견적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고가의 견적 프로그램과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다. 반면 중소 건설사는 견적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1명이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체적으로 산출내역서를 작성하고 투찰 가격을 산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기업이 수백 곳에 이른다 (citation:2).

18. 견적 프로그램 활용률 20% 미만

시중에는 연간 30만100만 원 수준의 견적 프로그램이 출시되어 있다. 연간 12건만 낙찰돼도 프로그램 비용 회수가 가능하다. 그런데 간이형 종심제 입찰 참여사 400~500개사 중 이 프로그램을 구매·활용한 업체 비율은 20%에 못 미친다 (citation:2).

왜일까? 프로그램을 구매한다고 해서 즉시 견적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사용법을 익히고, 과거 데이터를 축적하고, 사정률을 분석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낙찰이 필요한 중소 건설사 입장에서는 브로커에게 의존하는 것이 시간 대비 효율이 높다 (citation:2).

19. 브로커의 '집단 데이터 효과'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브로커가 제공하는 '집단 데이터 효과'를 개별 기업이 자체적으로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브로커는 30~50개사의 데이터를 모아 균형가격을 추정한다. 이 '집단 데이터 효과'는 개별 기업의 능력 밖의 일이며, 이것이 브로커가 존재하는 근본적 이유다 (citation:2).

한 공공입찰 전문가는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간이형 종심제의 균형가격 산정 구조 자체가 30~50개사가 데이터를 공유하면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브로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citation:2).

20. 브로커 의존의 악순환

중소 건설사의 브로커 의존은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1단계: 브로커에게 의존하여 견적을 의뢰 → 자체 견적 능력이 퇴화
2단계: 자체 견적 능력이 퇴화 → 브로커 의존도 심화
3단계: 브로커 의존도 심화 → 브로커 수수료로 이윤이 잠식
4단계: 이윤 잠식 → 견적 인력·프로그램 투자 여력 감소
5단계: 투자 여력 감소 → 다시 브로커에게 의존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외부의 충격이 필요하다. 제도적 변화나 자체 역량 확보에 대한 강력한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citation:2).


PART 7. 전문가 진단 — "제도 붕괴 직전"

21. 공공입찰 전문가의 분석

한 공공입찰 전문가는 간이형 종심제의 현재 상황을 "제도 붕괴 직전"으로 진단하며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citation:1).

"적격심사는 ±1.6% 내에 투찰금액을 써내지만, 간이형 종심제는 약 3,000원의 박스권 안에 입찰업체의 95%가 분포해 동가입찰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예가·균형가격 산정 로직의 패턴화, 자동투찰 도구 확산까지 겹쳐 업체 변별력이 사라졌다" (citation:1).

이 분석의 핵심은 '구조적 문제'다. 브로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간이형 종심제의 가격 평가 구조 자체가 동가입찰을 유발하고 브로커의 개입을 유도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citation:1).

22. 전 조달청 관계자의 진단

전 조달청 토목환경과장 박시훈 씨는 기고문을 통해 문제의 근본 원인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citation:3).

"문제의 원인은 중소업체가 견적 역량이 취약하고 견적팀을 꾸릴 능력과 여력이 없다며 입찰금액 산출내역서 작성을 제3자에게 의존하면서부터다. 제3자에게 의존하는 연결 고리를 끊지 않고는 어떠한 제도 개선도 백약이 무효" (citation:3).

이 진단은 매우 날카롭다. 간이형 종심제의 문제가 단순히 브로커를 잡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중소 건설사의 견적 역량 자체를 키워야 한다는 근본적 처방을 요구하고 있다 (citation:3).

23.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분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간이형 종심제 도입 초기부터 다음과 같은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citation:4).

"적격심사제의 경우 대부분의 입찰자가 공사수행능력 평가에서 만점을 받고 있으며, 낙찰하한율을 예측하기가 어려워 무작위성(randomness)에 가깝게 낙찰자가 결정되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citation:4).

이 분석은 역설적으로, 간이형 종심제가 적격심사의 무작위성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되었지만, 오히려 다른 형태의 무작위성 — 브로커의 가격 배분에 의한 무작위성 — 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보여준다.


PART 8. 동가입찰 속출의 구조적 원인 분석

24. 균형가격 수렴 구조의 폐해

간이형 종심제의 가격 평가에서 균형가격에 가까울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 구조는, 모든 입찰자를 균형가격 근처로 수렴하게 만드는 힘을 작동시킨다 (citation:1)(citation:2).

이 수렴 힘의 강도를 수학적으로 분석해 보자. A계수가 1.0인 경우, 균형가격에서 1% 벗어날 때마다 1점이 감점된다. 균형가격에서 3% 벗어지면 3점이 감점되어 57점이 된다. 공사수행능력에서 40점 만점을 받아도 종합심사 점수가 97점에 불과한 반면, 균형가격에 정확히 투찰한 업체는 입찰금액 60점 + 공사수행능력 40점 = 100점을 받을 수 있다 (citation:1).

3점의 차이는 공사수행능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큰 격차다. 따라서 모든 입찰자가 균형가격에 최대한 가까운 가격을 제출하려 하게 되고, 이것이 극단적 동가입찰을 초래한다 (citation:1).

25. 자동투찰 도구의 확산

최근에는 균형가격을 자동으로 추정하여 투찰 가격을 산출해주는 소프트웨어 도구도 등장했다. 이러한 자동투찰 도구가 확산되면, 수백 개 업체가 유사한 알고리즘에 의해 유사한 가격을 산출하게 되어 동가입찰이 더욱 증가한다 (citation:1).

26. 예가·균형가격 산정 로직의 패턴화

예정가격과 균형가격의 산정 로직이 고정되어 있으므로, 과거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예측 정확도가 높아진다. 이는 곧 모든 입찰자가 유사한 예측 값을 산출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가격이 수렴하는 구조적 문제를 낳는다 (citation:1).


PART 9. 적격심사제로의 복귀 주장과 반론

27. 적격심사 확대를 주장하는 측의 논거

간이형 종심제의 문제가 심각해지자, 이 구간을 다시 적격심사제로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주요 논거는 다음과 같다 (citation:3).

첫째, 간이형 종심제가 브로커 시장만 양산했다. 견적 대행을 통해 투찰하는 구조에서는 기술 평가의 의미가 퇴색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동가입찰이 속출하면서 사실상 '추첨제'로 전락했다. 30개사가 동시에 1순위에 오르는 상황에서는 종합심사의 의미가 없다.

셋째, 업평예가율의 인위적 상승으로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28. 종심제 유지를 주장하는 측의 논거

반면 간이형 종심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측의 논거도 만만치 않다. 전 조달청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citation:3).

"적격심사제는 더 이상 공공 공사의 품질을 담보하고 건전한 시장 경쟁을 유도하는 효과적인 제도로 기능하지 못한다. 입찰 가격에 치우친 변별력 상실, 덤핑 유발, 페이퍼 컴퍼니와 브로커 난립 등 구조적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citation:3).

이 주장의 핵심은 적격심사제에도 동일한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적격심사제에서는 가격 중심의 경쟁이 덤핑을 유발하고, 간이형 종심제에서는 브로커가 가격을 관리한다. 두 제도 모두 완벽하지 않으므로, 제도의 선택이 아닌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citation:3).

29. 건설엔지니어링 분야의 경험

건설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종합심사낙찰제가 이미 적용되고 있으며, 이 분야의 경험은 간이형 종심제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참고할 만하다. 국토교통부 소관 건설엔지니어링 용역의 경우, 용역종류에 따라 PQ심사→기술능력검토→종합심사의 순서로 진행된다 (citation:5). 이 분야에서도 담합과 심사위원 매수 문제가 발생한 바 있으며, 이에 따른 제도 개선이 이루어진 경험이 있다.


PART 10. 제도 개선의 5대 방향

30. 방향 1: 입찰내역서 직접 작성제 도입

전 조달청 관계자가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는 개선 방향이다. "입찰내역서는 자신이 직접 작성·제출케 하면 된다"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처방이다 (citation:3).

구체적으로는 차세대 나라장터 시스템에서 입찰 내역 작성 시 개인 인증과 로그 기록을 강화하여, 건설사가 내역서를 스스로 작성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언제, 어디서 내역서를 작성했는지 기록이 남으면, 브로커가 대신 작성한 내역서를 제출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citation:2)(citation:3).

이 방안의 현실적 난점은 중소 건설사의 견적 역량 부족이다. 내역서 직접 작성을 의무화하면, 견적 역량이 없는 중소 건설사는 입찰 자체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직접 작성제의 도입과 함께 중소 건설사의 견적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병행되어야 한다 (citation:3).

31. 방향 2: 가격점수 곡선 단순화

현재의 균형가격 수렴 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가격점수 산정 곡선을 단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citation:2).

현행 산식에서는 균형가격에서 1% 벗어날 때마다 1점이 감점되는 직선적 관계가 성립한다. 이 직선의 기울기를 완화하면, 균형가격 근처에서의 점수 차이가 줄어들어 동가입찰의 유인이 감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균형가격에서 01% 범위의 감점폭을 줄이고 13% 범위의 감점폭을 늘리는 비선형 산식을 적용하면, 균형가격을 정확히 맞추려는 극단적 수요가 완화될 수 있다 (citation:2).

32. 방향 3: 기술평가 실명제와 AI 문서유사도 감점제

제안서와 내역서의 유사성을 AI로 검증하여 동일 견적서 제출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citation:2).

구체적으로, 입찰자가 제출한 산출내역서의 세부공종별 단가 패턴, 서식, 오탈자 등을 AI가 분석하여 동일 원본에서 파생된 문서인지를 판별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유사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감점을 부과하거나,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이다 (citation:2).

이 방안의 장점은 브로커가 동일한 내역서를 복수 업체에 배포하는 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AI 판별의 정확성, 오탐(False Positive)에 대한 대응, 시스템 구축 비용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citation:2).

33. 방향 4: 사후이행 검증제

낙찰 후 실제 시공 과정에서 기술력과 가격 적정성을 사후 검증하는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citation:2).

현재 간이형 종심제에서는 입찰 시 제출한 하도급계획서를 종합점수 1위 업체에 한하여 사후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citation:6). 이 범위를 확대하여, 낙찰 후 실제 시공 과정에서 입찰 시 약속한 인력·장비·하도급 계획이 실제로 이행되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사후이행 검증이 강화되면, 입찰 시 허위 계획을 제출하여 낙찰을 받는 행위에 대한 제재가 가능해진다. 이는 브로커를 통한 가격 맞추기만으로는 낙찰 후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citation:2).

34. 방향 5: 공사 성격별 맞춤형 낙찰제

가장 혁신적인 개선 방향은 공사의 성격에 따라 다른 낙찰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citation:2).

단순·반복 공사 → 적격심사형: 하천 정비, 도로 포장 등 기술적 난이도가 낮고 반복적인 공사는 적격심사형으로 전환하여 가격 경쟁을 유도한다.

고기술·고위험 공사 → 기술중심형 종심제: 터널, 교량 등 고난도 공사는 기술 평가의 비중을 대폭 높여 진정한 기술 경쟁을 유도한다.

창의적 설계 필요 공사 → VE형 턴키: 설계의 창의성이 중요한 공사는 VE(Value Engineering)형 턴키 방식으로 전환하여 설계 능력을 평가한다.

이 방안이 실현되면, 모든 공사에 동일한 간이형 종심제를 적용하는 현재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citation:2).


PART 11. 정부의 대응과 향후 전망

35. 정부의 현재 검토 상황

정부는 견적 능력이 있는 중소 건설사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간이형 종심제를 도입했지만, 실행 과정에서 입찰 조건을 지나치게 낮게 설정해 페이퍼 컴퍼니까지 무분별하게 참여하며 견적 대행 시장만 키웠다는 지적을 수용하고 있다 (citation:2).

조달청은 '시설공사 입찰대행을 어디까지 정상적인 컨설팅 외주로 인정하고, 어느 지점부터 브로커 행위로 선을 그을 것인지' 기준 마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itation:2).

36. 차세대 나라장터 시스템과의 연계

정부는 차세대 나라장터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시스템에서 입찰내역서 작성 시 개인 인증과 로그 기록을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citation:2). 이 시스템이 구현되면 브로커의 내역서 대리 작성 행위를 기술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7. 제도 개선의 우선순위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제도 개선의 우선순위는 다음과 같다 (citation:1)(citation:2)(citation:3).

1순위: 입찰내역서 직접 작성제 도입. 브로커와 건설사 사이의 연결 고리를 끊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citation:3).

2순위: AI 문서유사도 감점제. 동일 내역서 제출을 사전에 차단하는 기술적 방어막이다 (citation:2).

3순위: 가격점수 곡선의 단순화. 균형가격 극단 수렴 구조를 완화하여 동가입찰의 유인을 줄이는 것이다 (citation:2).

4순위: 사후이행 검증제 강화. 입찰 단계에서의 가격 조작만으로는 낙찰 후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citation:2).

5순위: 공사 성격별 맞춤형 낙찰제. 장기적으로 모든 공사에 동일한 제도를 적용하는 구조를 탈피하는 근본적 개혁이다 (citation:2).


PART 12. 브로커 문제 해결을 위한 실무 가이드

38. 중소 건설사의 자기 혁신 로드맵

제도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근본적으로 중소 건설사의 자체 견적 능력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citation:2). 중소 건설사가 자체 견적 능력을 키우기 위한 단계적 로드맵을 제시한다.

1단계: 견적 프로그램 도입 (1~3개월).
시중의 견적 프로그램(연간 30만100만 원)을 도입하고 기본 사용법을 익힌다. 12건만 낙찰돼도 비용 회수가 가능하다 (citation:2).

2단계: 과거 데이터 축적 (3~6개월).
자사가 참여한 입찰의 개찰 결과, 균형가격, 사정률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한다. 대한건설협회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3단계: 견적 인력 양성 (6~12개월).
내부 직원을 견적 전문 인력으로 양성하거나, 견적 경험이 있는 인력을 채용한다.

4단계: 자체 견적 체계 구축 (12개월~).
프로그램, 데이터, 인력을 결합한 자체 견적 체계를 구축하고, 브로커 의존에서 벗어난다.

39. 발주기관의 역할

발주기관도 브로커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주요 방안은 다음과 같다.

  • 산출내역서의 세부공종별 단가를 보다 상세하게 공개하여, 입찰자가 자체적으로 가격을 산출할 수 있도록 지원
  • 과거 유사 공사의 개찰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사정률 분석을 용이하게 함
  • 견적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관련 기관과 연계하여 중소 건설사의 견적 역량 강화를 지원

40. 업계 자정 노력의 필요성

건설업계 스스로도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브로커를 통한 입찰이 일시적으로는 편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사의 견적 역량을 말살하고, 브로커 수수료만큼 공사 이윤을 잠식하며, 제도 개선 시 가장 먼저 도태될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citation:2).


마무리

간이형 종심제의 브로커 문제는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제도의 구조적 설계와 시장의 현실이 충돌한 결과다. 균형가격에 가까울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 평가 구조, PQ심사 없는 낮은 진입 장벽, 자체 견적 능력이 없는 수백 개 중소 건설사 — 이 세 가지 조건이 결합한 곳에 브로커가 자리잡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을지도 모른다.

핵심을 세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브로커 문제의 근본 원인은 제도의 구조에 있다. 균형가격 수렴 구조를 완화하고, 입찰내역서 직접 작성제를 도입하며, AI 문서유사도 감점제를 적용하는 등의 구조적 개선이 없이는 브로커를 근절할 수 없다 (citation:1)(citation:2)(citation:3).

둘째, 브로커의 수수료 구조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낙찰금액의 2.2%를 수수료로 받는 구조는 브로커에게 균형가격을 인위적으로 상향 조정할 유인을 제공하며, 이는 업평예가율의 지속적 상승과 국민 혈세의 누수로 이어진다 (citation:1)(citation:2).

셋째, 중소 건설사의 자체 견적 능력 확보가 시급하다. 견적 프로그램 도입, 견적 인력 양성, 과거 데이터 축적 등을 통해 브로커 의존에서 벗어나는 것이 장기적 생존 전략이다 (citation:2)(citation:3).

간이형 종심제는 분명 좋은 취지에서 출발한 제도다. 그러나 좋은 제도도 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부작용을 낳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도의 폐기가 아니라, 시장의 현실을 직시한 구조적 개선이다. 608개 건설사가 1원 단위로 가격을 나눠갖는 시장은 더 이상 건설할 수 없다.


참조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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