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인증 브리핑

충전율 80%의 교훈: ESS 화재 조사가 바꾼 안전 기준의 역사

영구원(09One) 2026. 7. 11. 06:00

충전율 80%의 교훈: ESS 화재 조사가 바꾼 안전 기준의 역사


1. 서론: 충전율을 낮추자 불이 꺼졌다

2019년 8월 30일, 충남 예산의 태양광 발전설비 ESS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는 특별한 의미를 가졌다. 정부의 1차 안전강화대책이 발표된 이후 발생한 첫 번째 화재였기 때문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따로 있다. 불과 며칠 전, 해당 사업장의 충전율(SOC)이 70%에서 95%로 상향 조정되었다는 점이다. LG화학 측은 사고 직전 배터리 셀을 100% 점검 교환하고 PCS 검증까지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화재를 막지 못했다. 현장에서 수거한 배터리에서는 내부 발화 시 나타나는 용융 흔적이 확인되었다(citation:1)(citation:2).

조사단은 이 화재를 포함한 5건의 추가 사고를 분석한 결과 하나의 공통된 패턴을 발견했다. "만충에 가까운 조건에서 충·방전을 반복해 운영했고 만충 후 대기시간도 길어 배터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근거를 확인할 수 있었다"(citation:2). 실험 결과는 더욱 분명했다. "충전율(SOC)을 제한한 상태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충전율을 높인 후에는 불이 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citation:2).

이 발견은 ESS 안전 정책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었다. 정부는 신규 ESS 설비에 대해 옥내 80%, 옥외 90%로 충전율을 의무 제한하는 대책을 시행했고(citation:1)(citation:2), 이후 화재 사고는 2018년 16건에서 2020년 2건, 2021년 2건으로 급감했다(citation:7).

이 글에서는 ESS 화재 조사가 안전 기준을 어떻게 바꾸어 왔는지를 추적한다. 1차 조사와 2차 조사의 차이, SOC 제한 조치의 과학적 근거, KS 표준의 세계 최초 제정, KC 인증 강화, 설치·운영·소방 기준의 전면 개편, 그리고 이 과정에서 드러난 제도의 한계까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61건의 화재가 만들어낸 제도의 진화 궤적을 따라가 보는 것이다.


2. 1차 조사: "배터리보다 시스템이 문제다"

2-1. 민관합동 조사위원회의 출범

ESS 화재 사고가 2018년 5월부터 집중적으로 발생하자, 정부는 국민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다각적인 대응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citation:5). 현장실태조사, 정밀안전진단, 안전관리자교육 등이 그것이다. 특히 인명피해 방지를 위한 선제적 조치로 다중이용시설을 전면 가동 중단시켰다.

더불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를 설치(2018년 12월 27일)하고, 약 5개월여에 걸쳐 조사 활동을 실시했다(citation:5). 조사위는 ESS 분야의 학계, 연구소, 시험인증기관 등 19명의 전문가로 구성되었으며, 총 23개 사고 현장에 대한 조사와 자료 분석, 76개 항목의 시험실증을 거쳤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 9개 기관에서 약 90명의 인원이 참여했다(citation:5).

2-2. 조사 결과: 4가지 원인과 1개의 부수적 발견

2019년 6월 11일 발표된 1차 조사 결과는 ESS 화재의 원인을 4가지로 정리했다(citation:5)(citation:8).

첫째, 전기적 충격에 대한 배터리 보호 시스템 미흡. BMS가 과전압, 과전류, 열 발생 등을 사전에 감지하고 차단하는 기능이 충분하지 않았다.

둘째, 운영환경 관리 미흡. 설치 장소의 온도, 습도, 분진 등의 관리가 제조자가 권장하는 범위 밖에서 이루어진 사례가 발견되었다.

셋째, 설치 부주의. 부실시공, 결선 오류, 물리적 충격에 의한 분리막 손상 등 시공 단계의 문제가 화재 원인으로 확인되었다.

넷째, ESS 통합제어·보호 체계 미흡. BMS, PCS, EMS 간의 통합 관리 체계가 부재하여, 개별 장비는 정상이어도 시스템 전체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못한 사례가 발견되었다.

하나의 부수적 발견도 있었다. 일부 배터리 셀에서 극판 접힘, 절단 불량, 활물질 코팅 불량 등의 제조결함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비슷한 셀을 제작해 충·방전 반복시험을 180회 이상 수행했으나 화재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조사위의 평가였다. 조사위는 "제조 결함이 있는 배터리가 가혹한 조건에서 장기간 사용되면 위험요소가 될 수는 있지만, 이번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결론지었다(citation:2)(citation:5).

정리하면, 1차 조사는 "배터리 자체보다는 보호·운영·관리상의 문제를 더 주요하게" 보았다(citation:2). 이 결론은 이후 안전대책의 방향을 결정짓는 출발점이 되었다.

2-3. 1차 조사의 화재 현황 분석

1차 조사에서 확인된 전체 23건의 화재 중 14건은 충전 완료 후 대기 중에 발생했고, 6건은 충·방전 과정에서, 3건은 설치·시공 중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citation:5). 이 수치는 ESS 화재가 대부분 '사용 중'이 아닌 '대기 중'에 발생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충전이 완료된 상태에서 배터리가 대기하는 동안, 셀 내부의 화학적 변화가 천천히 진행되다가 화재로 이어진 것이다.

2020년 2월 현재 1,622개 사업장에 ESS가 보급되었으며, 이 중 28개 사업장에서 ESS 화재 사고가 발생하여 사업장 기준 화재 발생 확률은 1.73%에 달했다(citation:6). 일반적인 전기 시스템 화재 사고율이 0.5%인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3. 2차 조사: "역시 배터리가 문제였다"

3-1. 5건의 추가 화재, 그리고 새로운 발견

1차 조사 결과와 안전강화대책이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19년 8월 30일 예산을 시작으로 평창, 군위, 하동, 김해 등 4곳에서 추가 화재가 발생했다(citation:2). 정부는 2019년 10월 17일 전기, 배터리, 소방 분야와 국회 등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ESS 화재사고 조사단'을 새로 구성했다. 약 4개월에 걸친 현장조사, 증거물 분석, 기술토론의 결과가 2020년 2월 6일 발표되었다(citation:1)(citation:2).

3-2. 배터리 이상으로 방향이 바뀌다

2차 조사 결과는 1차와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나왔다(citation:2). 1차 조사가 배터리보다 시스템을 주목했다면, 2차 조사는 배터리 이상을 화재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5건의 화재 중 4건에서 배터리가 발화 요인으로 나타났다(citation:2).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강원 평창에서는 유사 사업장에서 발화 지점과 유사한 방전 후 저전압, 큰 전압 편차를 보인 배터리가 종합적으로 분석되었다. 충전 상한 전압과 방전 하한 전압의 범위를 초과한 운영 기록이 존재했으며, 보호장치가 정상 동작하지 않았다(citation:1).

충남 예산에서는 운영기록을 통해 배터리가 발화 지점인 것으로 분석되었고, 현장에서 수거한 배터리에서 내부 발화 시 나타나는 용융 흔적이 확인되었다(citation:1).

경북 군위에서도 현장조사 시 수거한 발화 지점의 배터리에서 내부 발화 시 나타나는 용융 흔적이 확인되었다. 전소되지 않고 남은 배터리 중 유사한 운영 기록을 보인 배터리를 해체 분석한 결과, 음극활물질 돌기(Dendrite) 형성이 확인되었다(citation:1)(citation:11).

조사단은 실험을 통해 이 결과를 뒷받침했다. 화재 사업장과 유사한 상황을 만들어 실험한 결과, 충전율(SOC)을 제한한 상태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충전율을 높인 후에는 불이 났다. 조사단은 "95% 이상의 높은 충전율 조건으로 운영하는 방식과 배터리 이상 현상이 결합되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citation:2).

경남 하동만 배터리 이상으로 지목할 수 있는 단서가 없었다(citation:2). 하동 화재는 LG화학 청주공장 생산 배터리에서 최초로 발생한 사례로, 이전 화재가 발생한 LG화학 배터리가 모두 중국 남경공장 생산 제품이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3-3. 배터리 제조사의 반발

2차 조사 결과에 대해 배터리 제조사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조사 발표 내용에 반박하는 상세 설명자료를 발표했다(citation:1). LG화학은 2019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회사 자체 조사에서는 배터리 셀에는 문제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citation:2).

정부는 "개별 사업장마다 상황이 다르다"며 책임 소재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citation:2). 조사단과 이번 발표에서 원인만 규명할 뿐 책임 소재를 언급하지 않았고, 안전대책에도 배터리 셀 개선이나 리콜 등에 관한 내용은 포함하지 않았다(citation:2). 다만 28건의 화재의 책임이 누구한테 있는지를 두고 배터리 제조사와 ESS 설비업체 간 법정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되었다(citation:2).


4. SOC 제한: 안전과 효율의 딜레마

4-1. SOC의 과학적 이해

SOC(State of Charge)는 배터리의 충전 상태를 0%에서 100%의 백분율로 표시하는 지표다. 100%는 배터리가 정격 에너지 용량을 완전히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하고, 0%는 완전히 방전되었음을 나타낸다(citation:4).

SOC는 실시간 측정값으로, 배터리가 부하에 전류를 공급하거나 충전 중에 전류를 받으면서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BMS는 잔여 용량을 직접 측정하지 않고 쿨롱 카운팅(전류를 시간에 따라 적분), 전압 기반 추정(개방 회로 전압 곡선 활용), 임피던스 분광법(교류 신호 분석) 등을 통해 SOC를 추정한다(citation:4).

4-2. 높은 SOC가 화재를 부르는 메커니즘

ESS 화재 사고 분석에서 확인된 가장 일관된 패턴은 높은 SOC와 화재의 상관관계다. 한국산업기술연구원(KTL) 정재범 배터리 융합기술팀장은 "KTL이 조사한 사례 42건 중 5건을 제외하면 대부분 SOC가 화재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citation:3).

구체적인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2019년 충남 예산에서 발생한 ESS 화재는 SOC를 70%에서 95%까지 상향 조정한 후 8일 만에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SOC는 93.5%였다. 같은 해 강원도 평창 화재도 SOC를 95%에서 100%까지 상향한 이후 14일 만에 발생했다. 당시 SOC는 98%였다. 해당 사건에서는 상한충전전압을 벗어나는 SOC 급상승 이력도 다수 확인되어, SOC 제한 알고리즘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었다(citation:3).

충북 음성에서 발생한 사고에서도 고충전이 배터리 내부 이상을 촉진한 것으로 예측되었다(citation:3). 이 사례들은 높은 SOC 상태에서 배터리 셀 내부의 화학적 열화가 가속화되고, 이것이 결국 열폭주로 이어진다는 메커니즘을 시사한다.

4-3. SOC 제한 조치의 시행

정부는 2차 조사 결과를 토대로 충전율 제한조치를 시행했다(citation:1). 신규 ESS 설비 중 일반인이 출입 가능한 건물 내에 설치되는 '옥내 ESS 설비'의 충전율은 80%로, 일반인이 출입하지 않는 별도 전용건물 내에 설치되는 '옥외 ESS 설비'의 충전율은 90%로 제한했다(citation:1).

이 조치는 전문가 및 업계 의견수렴을 거쳐 ESS 설비 '사용전검사기준'에 반영되었다. 또한 현재 설치 중인 소방시설의 효과성과 안전관리 기술 발전 등을 고려해 제한조치 시행 1년 후 충전율 운영범위를 재검토할 계획도 포함되었다(citation:1).

기존 설비에 대해서는 신규 설비와 동일한 충전율로 하향토록 권고했다. 충전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으면서도 업계의 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연계용 ESS 운영기준 및 특례요금 개편 방안도 마련되었다(citation:1).

4-4. SOC 제한의 한계와 논쟁

SOC 제한이 화재 예방에 효과적이지만, 이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KTL 정재범 팀장은 "모든 전기차나 ESS의 SOC를 일괄 제한하는 건 비효율적"이라며, "일단 안정성이 낮은 제품은 일시적으로 SOC를 낮추고 문제가 해결되면 정상화하는 방법도 있다. 무엇보다 배터리 제조사들이 보다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이상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citation:3).

SOC를 제한하면 배터리의 활용도가 낮아진다. ESS는 전기차용 배터리보다 대용량인 만큼 SOC 제한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지만, 80%로 제한하면 사용 가능한 에너지가 20% 줄어드는 것은 분명한 경제적 손실이다. ESS의 핵심 가치인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내보내는' 기능이 제약받는 셈이다(citation:3)(citation:6).

정 팀장의 지적처럼, SOC 제한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땜질 처방'에 가깝다. 진정한 해결책은 배터리 자체의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며, 이를 위해 KC 인증 강화, KS 표준 제정, 시스템 통합 안전 검증 등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했다.


5. KS 표준의 세계 최초 제정: ESS 시스템의 안전 기준

5-1. KS 표준의 구조와 의미

1차 조사 결과에 기반한 안전강화대책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 중 하나는 ESS 전체 시스템에 대한 KS 표준의 세계 최초 제정이다. 2019년 5월 31일, 국제표준화기구(IEC)에서 논의 중인 국제표준(안)을 토대로 ESS 전체 시스템에 대한 KS 표준이 제정되었다(citation:5)(citation:8).

이 KS 표준이 다루는 범위는 매우 포괄적이다. ①전기, ②기계, ③폭발, ④전자기장, ⑤화재, ⑥온도, ⑦화학, ⑧오작동, ⑨환경의 9가지 영역을 포괄한다(citation:5)(citation:8). 이는 ESS를 단순한 전기 설비가 아닌, 화학적·기계적·전기적 위험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통합 시스템으로 인정한 것이다.

정부는 "나아가, 금번 실증시험을 통해 확보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향후 ESS 분야 국제표준 제안 등 국제표준화 논의를 주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citation:5). ESS 안전 분야에서 한국이 국제 표준의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5-2. 단체표준의 채택

KS 표준과 함께 민간 부문의 자율적 표준화도 추진되었다. 전기산업진흥회, 스마트그리드협회, 전지산업협회, 관련 업계 등이 민간 자율적으로 협력하여, 배터리 시스템 보호장치 성능 사항(직류접촉기 내구성, 퓨즈 동작특성 등)과 ESS 통합관리 기준(BMS·EMS·PMS 간 통신규약, 배터리·PCS 간 보호장치 동작절차 등)을 단체표준에 추가했다(citation:5)(citation:8).

이 단체표준은 고효율 인증, 보험 등과 연계하여 실효성을 확보토록 했다(citation:5). 산업 표준이 법적 강제력만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인센티브와 연결되어 자발적 이행을 유도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6. KC 인증의 강화: 제품 단계의 안전관리

6-1. 배터리 셀의 안전인증 대상 편입

ESS 주요 구성품에 대한 안전관리가 크게 강화되었다. 2019년 8월부터 배터리 셀은 안전인증을 통해 생산공정상의 셀 결함 발생 등을 예방하고, 배터리 시스템은 안전확인 품목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citation:5)(citation:8).

안전인증은 제품시험과 공장심사를 모두 거쳐야 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관리 제도다. 배터리 셀이 이 대상에 편입되었다는 것은, 제조 과정의 품질 관리까지 국가가 감독하겠다는 의미다. 안전확인은 제품시험만으로 적합 여부를 확인하는 제도로, 배터리 시스템 단위에서 적용된다(citation:5).

6-2. PCS 안전확인 용량 확대

전력변환장치(PCS)의 안전확인 용량 범위도 단계적으로 확대되었다. 현행 100kW에서 2019년 말까지 1MW로 높이고, 2021년까지 2MW로 추가 확대하기로 했다(citation:5)(citation:8).

이 확대의 의미는 적지 않다. 기존에는 100kW 이하 PCS만 안전확인 대상이었으므로, 대규모 ESS에 사용되는 고출력 PCS는 안전확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용량 확대를 통해 이 사각지대가 점차 해소되고 있다.

6-3. KC 62368-1의 HBSE 전환과 ESS에의 시사점

국내 전자기기 안전 인증 분야에서 KC 62368-1이 도입되면서 HBSE(Hazard-Based Safety Engineering) 철학이 도입되었다. 이 규격은 설계 단계에서 잠재적 위험을 식별하고 제어하도록 요구하며, 제품 에너지원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ES1, ES2, ES3의 세 단계로 구분한다.

리튬 배터리 내장 제품은 외함 강성, 과충전, 과방전, 단락 보호 등 이상 상태 제어를 설계 단계에서 반영해야 한다(citation:8). 이 HBSE 철학이 ESS 분야에도 확대 적용되면, 설계 단계부터 안전이 내장된 에너지 저장 시스템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7. 설치 기준의 전면 개편: 옥내에서 옥외로

7-1. 옥내 설치 용량 제한

ESS 설치기준이 전면 개편되었다. 옥내 설치의 경우 용량을 총 600kWh로 제한하고, 옥외에 설치하는 경우 별도 전용건물 내에 설치토록 규정했다(citation:5)(citation:8).

이 기준은 미국 기준보다 엄격하게 설계되었다. 옥내는 미국 기준(총용량 600kWh 제한, UL 인증 시 추가 설치 가능)과 동일한 수준으로 제한하되, 옥외는 미국 수준(이격거리 1.5m 등)을 적용했다(citation:8).

7-2. 안전장치 의무화

누전차단장치, 과전압보호장치, 과전류보호장치 등 전기적 충격에 대한 보호장치 설치가 의무화되었다. 배터리 만충 후 추가 충전이 금지되었고, 배터리실 온도·습도 및 분진 관리가 제조자가 권장하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기준이 설정되었다(citation:5)(citation:8).

7-3. 모니터링 강화

이상징후(과전압·과전류, 누전, 온도상승 등)가 탐지될 경우 관리자에게 통보하고 비상정지되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했다. 사고 시 원활한 원인 규명을 위해 배터리 상태(전압, 전류, 온도 등) 등 ESS 운전기록을 안전한 곳에 별도 보관토록 의무화했다(citation:5)(citation:8).

이 별도 보관 의무는 이후 '블랙박스 설치'로 구체화되었다. 2019년 6월 안전관리대책 발표 이후 설치되는 ESS에 대해서는 운영 데이터 별도 보관조치를 의무화했고(citation:1), 그 이전에 설치된 ESS에 대해서도 블랙박스 설치를 권고했다(citation:1).

7-4. 옥외이전 지원

일반인이 출입 가능한 건물 내에 소재하고 있는 옥내 ESS 설비의 경우, 공통안전조치, 소방시설 설치, 방화벽 설치 등 안전조치를 추진하되, 이러한 조치 이행이 어렵거나 사업주 등이 옥외 이전을 희망하는 경우 정부가 옥외 이전을 지원했다(citation:1).

7-5. 긴급명령 제도 신설

ESS 설비의 화재가 발생할 우려가 현저한 경우 긴급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 인명 및 재산피해 우려가 현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철거·이전 등 긴급명령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정부의 긴급명령으로 손실이 발생할 때는 보상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긴급명령을 따르지 않은 데 따른 벌칙도 함께 신설했다(citation:1).


8. 운영·관리 제도의 강화

8-1. 정기검사 주기 단축

ESS 설비에 대한 법정검사 주기가 현행 4년에서 1~2년으로 단축되었다(citation:5)(citation:7)(citation:8). 전기안전공사와 관련업체가 공동점검을 실시하여 실효성을 높였다.

안전과 관련된 설비의 임의 개조·교체에 대한 특별점검도 수시 실시되었다. 미신고 공사에 대한 처벌 규정도 마련되었는데, 변경공사인가신고대상을 공조시설 변경 등까지 확대하여 미신고 시 1,000만 원 벌금 또는 1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citation:5).

8-2. 안전등급제 도입 검토

설치 환경, 설비 노후도 등을 감안한 안전등급제가 도입 검토되었다. 2019년 연구용역을 거쳐 2020년 상반기에 도입할 계획으로, 맞춤형 안전관리를 추진하려는 것이었다(citation:8).

8-3. 정보공개제도 신설

ESS 설비의 법정검사 결과 등 안전관리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는 정보공개제도도 새로 만들었다(citation:2). 이는 소비자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사업자의 안전 관리를 간접적으로 촉진하는 장치다.

8-4. 운영데이터 별도 보관(블랙박스)

조사단은 "지난 조사위 발표 후 진행된 공통안전이행조치로 사고 예방과 관련된 기록이 보존된 점이 화재 원인 규명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citation:2). 이 평가가 블랙박스 설치 의무화의 근거가 되었다.

2019년 6월 이후 설치되는 ESS에는 운영 데이터 별도 보관이 의무화되었고(citation:1), 그 이전 설비에 대해서도 권고되었다. 군위 화재(2019.9)와 김해 화재(2019.10) 모두 CCTV와 EMS 운영 기록이 화재 원인 규명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citation:11).


9. 소방 기준의 신설: ESS에 특화된 화재 대응

9-1. 특정소방대상물 지정

ESS가 특정소방대상물로 지정되었다. 「소방시설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소화기구, 경보시설 등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ESS에 특화된 화재안전기준을 2019년 9월까지 제정했다(citation:5)(citation:8).

9-2. 화재대응 강화

기개발된 소방약제의 최적활용방안이 마련되었고, ESS 화재에 특화된 표준화재대응절차(SOP)가 2019년 하반기에 제정되었다(citation:5)(citation:8).

다만, 리튬이온배터리 셀을 사용하는 ESS 화재는 B급(전해질 연소), C급(전기시설물), D급(리튬 금속) 화재에 모두 해당되며, 이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완벽한 소화약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citation:10). 경기도소방재난본부의 김흥환 소방위는 "열폭주 시 배출가스를 조기감지하는 일은 제조사로부터 상용화 전 정보를 받지 않고서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며, "배출가스 조성 성분과 주요물질 정보, 사전 협의된 대응요령 등까지 완전한 정보공개에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3. 소방특별조사

가동중단 사업장 중 소방청이 인명피해 우려가 높다고 판단한 ESS 시설(판매시설, 숙박·체육·병원·교육시설, 업무시설 등)에 대해서는 국민안전 확보를 위해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할 경우 옥외 이설 등 안전조치를 시행했다(citation:5)(citation:8).


10. Off-gas 감지: BMS의 한계를 보완하는 기술

10-1. BMS 오류의 구조적 문제

ESS 화재의 주요 원인인 BMS 오류의 구조적 문제가 조사를 통해 명확히 드러났다. 2017년 8월 고창 화재에서는 BMS 전원이 미인가된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2018년 경산변전소 화재에서는 한전 측의 BMS 설계 상 문제가 지목되었고, 영암·거창 화재에서도 BMS 시스템 오류가 화재 원인으로 추정되었다(citation:9)(citation:10).

2019년 11월 글로벌 안전인증기관 DNV-GL이 국내 ESS 화재를 조사한 결과, "BMS가 전압, 전류, 온도를 측정하여 배터리 셀이 정상 운전범위에서 사용되도록 감시·제어하는 것만으로는 화재 사고를 예방하기에 불충분하다"는 한계를 발표했다(citation:10).

BMS 오류로 인한 화재의 핵심 문제는 '비보호 영역'의 존재다. Off-gas가 방출된 후 열폭주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기존 BMS는 이를 조기에 검출하지 못하고, 소방 경보 시스템 역시 단일 셀의 열폭주가 진행되어 인접 셀로 전파되기 전후에야 검출하게 된다. 이 시간차가 바로 '비보호 영역'이며, 전소에 이르게 되는 결정적 원인이 된다(citation:10).

10-2. Off-gas 감지 시스템의 원리와 성능

Off-gas 감지 시스템의 원리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열화, 품질 불량,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내부 온도가 증가하면 구성 물질이 기화하면서 내부 압력이 상승하고, 배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압력을 벗어나면 Off-gas가 배출되는 현상을 감지하는 것이다. Off-gas가 발생한 랙에 대한 정보를 BMS와 EMS에 전송하고, 배터리 셀의 열폭주 이전에 전원을 차단하여 화재를 예방한다(citation:10).

시험 결과는 이 시스템의 성능을 분명히 입증했다. 표준 i-C4H8 가스를 사용한 감도 시험에서, 1030 μmol/mol 범위에서 각 농도에 대해 정확하게 반응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반응 속도는 10ppm에서 014초, 20ppm에서는 010초, 30ppm에서는 05초로, 농도가 올라갈수록 더 빠르게 반응했다(citation:10).

이 반응 속도는 리튬이온배터리가 열폭주에 이르기 전에 배터리의 전원을 차단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 여유를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연구진은 "ESS의 안전을 확보하고 화재, 폭발 사고를 예방하는 데에 유용함을 확인했다"고 결론지었다(citation:10).


11. ESS 운영제도 개편: 효율과 안전의 동시 추구

11-1. 충·방전 시간의 유연화

기존 ESS 운영기준은 모든 ESS가 같은 시간대에 충전하고 방전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citation:1)(citation:2). 그러나 이 방식은 계통별 혼잡 상황, 날씨 등에 따라 달라지는 재생에너지 발전량과 전력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정부는 "향후에는 계통별 혼잡 상황, 날씨 등에 따라 달라지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전력수요 등을 고려해 ESS 충·방전 시간 등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보완"하겠다고 밝혔다(citation:1). 재생에너지 연계용 ESS 설치·운영방식 개편방안을 한전, 전력거래소, 에너지공단 등 관련 기관과 검토하여 마련할 계획이었다(citation:1).

11-2. 피크저감용 ESS 할인특례 개선

피크저감용 ESS의 경우, 전력피크 저감 효과를 보다 높이기 위해 ESS 할인특례 개선방안이 검토되었다. 현재 한전 전기요금표에 따라 고정되어 있는 현행 할인시간대를 전력거래소와 연동해 매일 전력피크에 따라 변동하는 방안이 검토되었다(citation:1)(citation:2).

11-3. REC 가중치 연장

화재 사태 이후 ESS 설치 중단 기간을 고려하여,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 적용이 6개월 연장되었다. 태양광 연계는 2020년 6월까지 5.0, 2020년 12월까지 4.0을 유지했고, 풍력 연계도 같은 기간 4.5와 4.0을 각각 유지했다(citation:5)(citation:8).


12. 국회입법조사처의 분석: 보급 정책의 문제점

12-1. 4가지 문제점

국회입법조사처는 2020년 5월, 「전기저장시스템(ESS) 보급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현안분석을 발간했다(citation:6). 보고서가 지적한 ESS 보급 사업의 문제점은 4가지였다.

첫째, 경제성에 대한 고려 없이 보급했다는 점. 정부의 보급 지원 정책(REC 가중치, 전기요금 할인, 공공기관 설치 의무화 등)이 경제성 분석 없이 추진되었다는 비판이다.

둘째, 다수의 화재 사고가 발생한 점. 2020년 2월 현재 1,622개 사업장 중 28개 사업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사업장 기준 화재 확률 1.73%를 기록했다(citation:6).

셋째, 전력계통에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지 못한 점. ESS의 급속한 보급이 전력계통의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평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넷째, 재생에너지 연계 ESS의 전력 수요관리 기능이 부족하다는 점.

12-2. 개선방안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개선방안을 제시했다(citation:6).

「전기사업법」 제25조에 근거한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시 ESS가 전력계통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것, ESS 화재 사고 이후 정부 권고에 따라 가동을 정지한 사업자의 수익 기회 상실에 대한 합리적 대응 조치를 개발할 것, ESS 설치 사업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ESS를 가동할 수 있도록 안전 관련 설비와 소프트웨어를 보강할 수 있는 경과 규정을 마련하거나 유인책을 강구할 것 등이 그것이다.


13. 안전대책의 효과: 숫자가 말하는 변화

13-1. 화재 건수의 추이

정부의 안전대책이 시행된 이후 ESS 화재 건수는 뚜렷한 감소 추세를 보였다(citation:7).

연도 화재 건수 주요 변화
2017 1 최초 화재(고창)
2018 16 화재 집중 발생
2019 11 1차 안전대책(6월)
2020 2 2차 안전대책(2월)
2021 2 안전대책 효과 지속
2022 2건 이상 다시 증가 조짐

2018년 16건이던 화재가 안전대책 이후 2020년과 2021년 각각 2건으로 줄어든 것은 분명한 성과다(citation:7). 충전율 제한, 설치 기준 강화, 정기검사 주기 단축, 블랙박스 설치 등 복합적인 안전조치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

13-2. 그러나 2022년 다시 증가

2022년 들어서는 1월 경북 군위군 소재 태양광설비 ESS 화재 등 벌써 2건의 사고가 발생했다(citation:7). 산업부는 에너지공대 문승일 교수를 위원장으로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사고조사단을 구성해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citation:7).

산업부 관계자는 "조사결과를 토대로 배터리 종류별 안전관리 기준, 이동형 ESS와 무정전 전원장치(UPS) 등에 대한 안전기준 등 추가 안전대책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citation:7).

이것은 안전대책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9~2021년의 화재 감소는 SOC 제한이라는 단기적 처방에 의존한 측면이 크며, 배터리 셀 자체의 안전성 개선, 시스템 통합 안전 검증, BMS의 구조적 한계 극복 등 근본적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14. ESS 산업에 미친 영향: 성장의 정체

14-1. 설치 규모의 급감

화재 사태는 ESS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국내 ESS 시장은 2018년에 전년 대비 설치량이 380% 증가(947개소, 36GWh)하며 급성장했으나(citation:3), 이후 잇따른 화재 사고로 신규 설치 규모가 크게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2년 국내 ESS 설치 규모는 0.2GWh에 불과했다. "사실상 전멸 수준"이라는 업계의 표현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citation:3).

14-2. 보험료 급등

화재 사태 이후 보험료가 급등했다. 보험요율(보험한도액 대비 보험가입액)은 2018년 6월 0.23%에서 2019년 4월 0.88%로 약 4배 상승했다(citation:8). 이는 ESS 사업의 경제성을 크게 악화시켰고, 신규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정부는 "단체 보험 개발 등을 통해 보험 인수 및 수가 인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citation:8). 고효율에너지기기인증을 받은 ESS에 대해 투자금액의 3%(중견기업 5%, 중소기업 10%)를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제도도 활용 확대가 추진되었다(citation:8).

14-3. 산업 경쟁력 강화 지원

정부는 안전조치의 이행과 함께 ESS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 강화도 병행했다(citation:5)(citation:8).

배터리 분야에는 화재 위험성이 적고 에너지 밀도가 높은 차세대 배터리의 개발 및 조기 상용화를 지원했다.

PCS 분야에는 전력변환소자·시스템의 신뢰도 향상 및 계통접속 시 안정성 강화 기능 추가 등을 통한 안정적 ESS 운영 기반을 마련했다.

SI(System Integration) 분야에는 ESS 시스템 KS 표준에 따른 현장 설치·운영 기준의 구체화, 중소업체들에 대한 교육 등을 통한 능력 배양을 지원했다.

ESS 협회 설립도 추진되었다. 배터리, PCS, SI 등 범 ESS 업계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마련하여 업계 소통과 협업 수준을 대폭 제고할 계획이었다(citation:8).


15. 전기안전관리법의 신설: 제도적 기반의 완비

15-1. 법적 근거의 정비

ESS 안전관리를 위한 법적 근거가 대폭 정비되었다. 전기사업법 제53조의 3에 따라 ESS는 전기설비로 분류되어 '화재, 감전 등 위험성에 대한 적절한 보호 및 제어장치를 갖추고 폭발의 우려가 없도록 시설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citation:9).

다만 초기에는 설치 시 최소한의 이격거리, 위험물관리시설, BMS 관리 등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citation:9). 국회의 김규환 의원은 "위험물 관리시설(CNG, LNG)과 변전소에 ESS 설치 시 이격거리 등의 안전관리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고(citation:9), 이 지적이 제도 개선의 촉매 역할을 했다.

15-2. 「전기안전관리법」 제정

2019년 11월 28일, 「전기안전관리법 제정안」이 국회 산업위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이 법안에는 ESS 긴급명령 제도 신설, 정보공개제도 도입, 안전등급제 근거 등이 포함되었다. ESS를 별도의 안전관리 대상으로 법적 지위를 부여한 것이다.


16. 사고 사례별 교훈: 기록이 미래를 만든다

16-1. 고창(2017.8): BMS 전원 미인가의 교훈

국내 최초 ESS 화재인 고창 전력시험센터 화재는 BMS 전원이 미인가된 상태에서 발생했다(citation:10)(citation:11). 배터리 모듈의 전기적 발열에 의한 발화로 추정되었고, 15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BMS의 기본적인 작동조차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ESS가 운영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16-2. 경산·영암·거창(2018.5~7): BMS 시스템 오류의 반복

경산변전소(23억 원), 영암풍력발전소(88억 원), 거창풍력발전소(30억 원) 화재에서는 모두 BMS 시스템 오류가 확인되었다(citation:9)(citation:10). 한전 측의 BMS 설계 상 문제도 지목되었다(citation:10). 이 세 사고의 공통점은 BMS가 이상고전압 차단, 열 감지, 배터리 체크 등의 사전 감시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citation:9).

당시 김규환 의원은 "정부 주도의 명확한 안전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정부는 전체 ESS 설치 사업장을 대상으로 전면적 안전관리 실태점검과 선제적 사고예방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citation:9).

16-3. 예산(2019.8): SOC 상향의 대가

충남 예산 화재는 SOC를 70%에서 95%로 상향한 후 8일 만에 발생했다(citation:3). LG화학 측이 배터리 셀을 100% 점검 교환하고 PCS 검증까지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화재가 발생했으며, 현장에서 수거한 배터리에서 내부 용융 흔적이 발견되었다(citation:1). 이 사고는 SOC 제한의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 결정적 사례다.

16-4. 평창(2019.9): 100억 원의 교훈

강원 평창 풍력 ESS 화재는 100억 원의 피해가 추산되어 단일 사고 기준 최대 피해액을 기록했다. SOC를 95%에서 100%로 상향한 이후 14일 만에 발생했고(citation:3), 상한 전압과 방전 시 하한 전압의 범위를 넘는 충방전 현상이 발견되었다. 보호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고, 양극판 내부 손상과 분리막에서의 구리 성분 검출이 확인되었다(citation:1).

16-5. 군위(2019.9): 덴드라이트의 증거

경북 군위 태양광 ESS 화재에서는 만충 상태에서 방전 대기 중이던 배터리가 발화했다. 전소되지 않은 배터리를 정밀 분석한 결과, 내부 발화 시 나타나는 용융 흔적과 함께 음극활물질 돌기(Dendrite) 형성이 확인되었다(citation:1)(citation:11). 이는 ESS 화재의 화학적 원인이 배터리 셀 수준에서 발생할 수 있음을 직접적으로 입증한 사례다.


17. 산업용 BMS 안전인증의 공백

17-1. BMS 안전인증 항목의 부재

화재 사고 초기에 드러난 가장 충격적인 사실 중 하나는 BMS에 대한 안전인증 항목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안전관리 ESS 점검 가이드조차 마련하지 않았고, ESS 컨테이너 내부의 적정 온·습도, 배터리 발열 등의 관리 내용도 전무했다(citation:9).

김규환 의원은 "산업부는 전체 ESS 설치 사업장을 대상으로 전면적 안전관리 실태점검과 선제적 사고예방조치를 하고, 적발된 제품 결함을 민·관과 함께 조속히 A/S 처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citation:9).

17-2. 위험물 관리시설과의 이격거리 부재

국내에서는 위험물 관리시설 내에 ESS가 아무런 제약 없이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citation:9). 2019년 1월 울산 D산업가스 ESS 저장시설 화재에서는 화재구역 근처에 액화산소탱크가 있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citation:11). 천연가스 사고 이력(인천 LNG 저장탱크 누출 등)을 고려하면, ESS와 위험물 관리시설 간 이격거리 기준의 부재는 심각한 안전 사각지대였다.

17-3. 변전소 내 ESS의 위험성

사고 발생 시 정전사태, 화재 등으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변전소 내 ESS도 2013년부터 설치되어 조천, 서안성, 신계룡 등 14곳에 존재했다(citation:9). 이 역시 ESS 설치 규정이 미비한 것에서 비롯된 문제였다.


18. 표준작전절차(SOP)와 소방관의 현실

18-1. 소화약제의 한계

리튬이온배터리 셀을 사용하는 ESS 화재는 B급, C급, D급 화재에 모두 해당되며, 전해질 연소 시 대량의 유독 가스가 발생한다(citation:10). 현재까지 ESS 화재 진압을 충족시키는 완벽한 소화약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화재 발생 이전에 예방할 수 있는 감시·제어 시스템이 절실한 실정이다(citation:10).

18-2. 소방관의 안전 문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시 발생하는 불화수소(HF) 등 유독 가스는 소방관의 건강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 이는 화재 발생 이후의 진압보다 화재 이전의 예방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회입법조사처 분석에 따르면, ESS 설치와 관련한 소방 기준은 「소방시설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특정소방대상물로 지정된 이후 본격적으로 마련되기 시작했다(citation:5)(citation:8). 그 이전에는 ESS에 특화된 소방 기준이 전무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19. ESS의 계통 기여와 안전의 균형

19-1. ESS의 3대 용도

ESS의 용도는 크게 피크저감, 주파수 조정, 재생에너지 출력 안정화로 구분된다(citation:6). 피크저감은 전력 수요가 적은 시간대에 전력을 저장했다가 피크 시간에 방전하여 최대 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주파수 조정은 발전기 정지 등으로 주파수가 급락할 때 ESS가 저장된 전력을 방전하여 주파수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출력 안정화는 태양광·풍력의 간헐적 출력을 ESS가 저장하여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citation:6).

2018년 기준 국내 ESS 보급 현황을 보면, PCS 출력 기준으로 피크저감용이 전체의 약 40%를 차지하고, 재생에너지 연계용이 35.6%, 주파수조정용이 23.4%를 구성한다(citation:6).

19-2. 안전과 계통 안정의 동시 추구

ESS가 전력계통 안정성에 기여하는 바가 큰 만큼, 단순히 보급을 제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안전하게 운용할 수 있다면 ESS의 이점은 매우 크다. 전기가 저렴한 시간에 저장했다가 피크시간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력비를 절감하거나, 자연 속 친환경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저장할 수 있다(citation:3).

정재범 KTL 팀장은 "안정성만 확보된다면 그 수요가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citation:3). 안전한 ESS를 만드는 것이 산업 활성화의 전제 조건이며, 이를 위해 배터리 제조사들의 제품 안전성 향상, 시스템 통합 안전 검증 체계 구축, Off-gas 감지 등 첨단 화재 예방 기술의 도입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20. 결론: 기록된 화재가 만든 안전의 역사

ESS 화재 조사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두 차례의 조사가 뚜렷한 전환점을 만들었다.

1차 조사(2019.6)는 ESS 화재의 원인을 시스템 측면에서 분석했다. BMS 보호 시스템 미흡, 운영환경 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통합관리 체계 부재 — 이 4가지 원인은 ESS를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KS 표준의 세계 최초 제정, KC 인증 강화, 설치·운영·소방 기준의 전면 개편이 이 인식 위에서 이루어졌다(citation:5)(citation:8).

2차 조사(2020.2)는 배터리 이상을 화재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하며, SOC 제한 조치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했다. "95% 이상의 높은 충전율 조건으로 운영하는 방식과 배터리 이상 현상이 결합되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결론(citation:2)은 이후 옥내 80%, 옥외 90%의 충전율 제한이라는 실질적 대책으로 이어졌고, 화재 건수의 급감이라는 결과를 낳았다(citation:7).

KTL의 분석은 이 제한 조치의 효과를 뒷받침한다. "KTL이 조사한 사례 42건 중 5건을 제외하면 대부분 SOC가 화재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조사됐다"(citation:3)는 수치는, SOC 제한이 단순한 임시방편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유효한 안전조치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SOC 제한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KTL 정재범 팀장의 말처럼, "SOC 제한만이 능사는 아니"며(citation:3), "배터리 제조사들이 보다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이상적인 해결책"이다. 2022년 들어 화재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citation:7)는 SOC 제한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앞으로의 과제는 명확하다. 배터리 셀 자체의 안전성 향상, Off-gas 감지 등 BMS 한계 보완 기술의 현장 적용(citation:10), 시스템 통합 단위의 안전 검증 체계 구축, ESS 폐기물의 전주기 관리체계 마련, 그리고 NFPA 855 수준의 설치 환경 기준 도입 등이 그것이다.

61건의 화재가 만들어낸 제도의 진화는, "안전은 사후 진압이 아닌 사전 예방의 영역"이라는 근본적인 원칙을 확인시켜 주었다. 충전율 80%의 교훈을 넘어, 배터리 셀부터 시스템, 설치, 운영, 폐기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의 안전이 확보될 때, 비로소 ESS는 에너지 전환의 핵심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자료 및 출처

  • 인더스트리뉴스, 「ESS 화재사고에 대한 조사단의 원인결과 발표 — 추가 안전대책 시행」 (2020.2.6)

  • 연합뉴스, 「관리·운영 미흡→배터리 이상…조사단 "충전율 높이니 불"」 고은지 기자 (2020.2.6)

  • 디지털데일리, 「정재범 KTL 배터리 융합기술팀장 — 충전량 제한만으로도 ESS 화재 빈도 크게 낮출 수 있어」 (2023.8.29)

  • Large Battery, 「SOC(배터리 충전량) — 배터리 시스템에서의 의미와 측정 방법」 기술 가이드

  • 산업통상자원부, 「ESS 사고원인 조사결과 및 안전강화 대책 발표」 보도자료 (2019.6.10)

  • 국회입법조사처, 「전기저장시스템(ESS) 보급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현안분석 제140호 유재국 (2020.5.30)

  • 에너지플랫폼뉴스(지앤이타임즈), 「ESS 화재 감소 추세 속 올해 2건 발생 — 추가 대책 마련」 김예나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관계부처 합동, 「ESS 안전강화 대책 참고자료」 (2019.6)

  • 인더스트리뉴스, 「ESS 관리기준·인증항목 없고 안전관리 가이드 조차 없어」 박관희 기자 (2018.8)

  • 정창 외, 「ESS의 안전성 향상을 위한 화재감시시스템에 관한 연구」, 2023년 한국산학기술학회 춘계학술발표논문집

  • 경북 군위 ESS 저장장치 화재 사고 분석 — BMS 오류, 덴드라이트 형성 확인

  • 「전기사업법」 제53조의 3 — ESS 전기설비 분류 및 안전시설 기준

  • 「소방시설법」 시행령 개정 — ESS 특정소방대상물 지정

  • 「전기안전관리법」 제정안 (2019.11.28, 국회 산업위 법안소위 통과)

  •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제8조·제22조·제23조 — 고효율에너지기기 인증

  •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제23조의5 — REC 가중치

  •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시행령 제15조 — 공공기관 ESS 설치 의무화

  • 「전기안전관리법 제정안」 — 긴급명령, 정보공개, 안전등급제

  • DNV-GL, 「국내 ESS 화재 조사 결과 보고서」 (2019.11)

  • NFPA 855 — 고정형 에너지 저장 시스템 설치 기준

  • UL 9540A — 열폭주 화재 확산 시험

  • KC 62368-1 — IT·AV 기기 안전 통합 규격 (HBSE 도입)

  • 「소비자기본법」 — CISS(소비자 위해 감시 시스템)

  • OECD RAPEX — 위해 제품 급속 경보 시스템

  • CPSC (U.S. Consumer Product Safety Commission) — 리콜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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